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19-10-22 06:42

  • 오피니언 > 독자기고

제2회 의정부시 아이사랑 수필공모전 '우수상'

조재홍-'김밥은 아빠가 싸줘야 제 맛이지'

기사입력 2019-10-09 16:00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2회 의정부시 아이사랑 수필공모전

우수상 조재홍


띠리 띠리리 띠리링~~ 띠리 띠리리 띠리링~~!! 새벽 43분이다.

 

크지 않은 소리지만 핸드폰 알람 소리에 행여 아이들이 깰까, 바삐 핸드폰 전원을 누르고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먼저 전기밥솥을 확인해본다. 뽀얀 쌀밥 위로 진갈색 빛 다시마 2조각이 눈에 뛴다. 다시마 조각을 건져 내어 놓고 하얀 밥을 골고루 섞어 놓는다. 어제 밤에 준비해서 냉장고 안에 고이 모셔 놓은 김밥 재료들을 꺼낸다.

 

오늘은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들의 현장학습 체험의 날이다. 힘이 들 터이니 간단히 유부초밥이나 볶음밥으로 도시락을 싸주라는 아내의 만류를 뒤로하고, 어제 퇴근길에 장을 봐와 잠자리에 들기 전 재료 준비를 마쳐 놓았다.

 

나의 아내는 백의의 천사로써, 의정부성모병원 13년 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중환자실 병동에서 3교대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제처럼 한 달에 6-7일은 밤에 출근해서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불편한 잠을 청한다.

 

나 또한 18년차 회사원으로 피곤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맞벌이를 핑계로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남겨 주기도 싫고, 아이들의 좋아하는 모습에 어린이집 소풍 때부터 지금까지 매번 평소보다 1시간씩 일찍 일어나 김밥을 말게 된다.

 

준비해 놓은 재료들 중에서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를 먹일 심산으로 꼬마 김밥을 만들기 위해 얇게 손질해 놓은 재료 통을 먼저 꺼내 놓는다.

 

밥솥의 밥을 1/2 정도 볼에 덜어내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한 후, 6장 위쪽 1/3을 잘라내어 밥을 골고루 펴고, 재료들을 채워 김밥을 싸기 시작한다.

 

꼬마 김밥 6줄이 완성 되고, 다음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큰 아이가 먹을 중간 굵기의 김밥을 만들기 시작한다.

 

김에 밥의 양을 조정하여 골고루 펴주고 준비한 재료 중, 아이가 싫어하는 우엉과 깻잎을 뺀 후, 다시 6줄의 김밥을 완성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아침 식사와 등교를 위해 도와주러 오실 어머니까지 드실 수 있도록 어른용 김밥 8줄을 성급히 만들고, 프라이 펜에 참기름을 둘러 김밥을 돌려 구워 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낸다.

 

가장 못생긴 김밥 녀석의 끄트머리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씹어본다. .. 내가 만든 김밥이지만, 맛이 있다. 오늘도 만족! 성공이다. 하하!

 

집에서 먹을 김밥들은 여러 용기에 나누어 담아 넣고, 큰 아이 도시락에 김밥을 최대한 정갈 하게 모양을 내어 담아 넣는다. 일단 1단계 완성!

 

오늘은 아들 녀석이 특별 주문한 꼬마 핫도그 까지 준비 하여야 한다. 3년 전 1학년 소풍 날, 전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봐 두었던,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를 이용한 꼬마 핫도그를 한 번 만들어서 싸 주었더니, 그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단다.

 

이번에 꼭 꼬마 핫도그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아이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다. 소시지를 냄비에 넣어 삶기 시작하고, -케이크 가루에 계란과 우유를 넣어 반죽을 만들어 놓았다.

 

작은 궁중 펜에 기름을 채워 넣고, 약한 불로 가열을 시작한다. 삶아진 소시지를 찬물로 헹구어 내고, 이쑤시개를 하나하나 꽂아 놓는다.

 

빵가루를 접시에 깔아 담고, 소시지를 반죽에 담갔다가 꺼내 골고루 빵가루를 묻히고 튀기기 시작한다.

 

지지~~’ 튀김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한다.

 

어느새 시간은 6시가 다 되어간다. 빨리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고소한 튀김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아빠가 부산을 떨었는지, 아이들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 아빠 김밥이랑, 핫도그 까지 벌써 다 했네~” 큰 아이가 좋아라 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에게 김밥과 핫도그를 조금씩 덜어 주자 아이들은 맛있다며 먹기 시작하고, 출근 준비에 시작한다.

 

630! 뒷정리와 출근 준비까지 어느 정도 마쳤을 때, 아이들을 돌봐 주시기 위해 어머니께서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큰 누님의 큰 딸 조카를 시작으로 큰 누이의 딸 조카 둘, 작은 누이의 딸 조카 둘, 아들의 나의 아들과 딸까지, 당신 자식 3남매 뿐 아니라, 자식들의 자식 여섯 명의 육아 까지 맡아 주신, 고맙고 고마우신 우리 어머니!

 

용기에 놓여진 김밥을 보시고, “언제 일어나서 또 이렇게 까지 했니?” 하시며, 나머지는 당신이 정리 할 테니 빨리 출근이나 하라며, 성화시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일터에 나가시면서도 소풍날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항상 김밥을 싸 주셨던 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소풍날은 무조건 엄마가 되었든, 아빠가 되었든 부모가 최소 김밥은 싸 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어머님께 받은 은혜를 아이들에게 갚는다고 해야 하나?

 

아직도 항상 도와주시는 어머님께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아이들의 인사와 출근 뽀뽀 마중을 받으며 회사로 향한다.

 

퇴근 후 아파트 현관 번호키를 누루고 집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은 TV에서 방영중인 극장판 애니매이션을 보고 있고,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있다.

 

후다닥 뛰어와 안기는 딸 아이와, 조금은 무심한 아들 녀석!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김밥을 안주삼아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일 준비를 한다.

 

TV 프로그램이 끝나고 그제서야 아들 녀석이 종알종알 하루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어디를 어떻게 다니며, 무엇을 보았는지, 친구들과의 작은 말다툼 이야기까지 귀 기울여 들어본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점심 식사 시간이다.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김밥과 꼬마 핫도그는 친구들과 나우어 먹었는지 물어 본다.

 

신나는 얼굴로 친구 누구누구는 김밥을 싸왔고, 누구는 주먹밥을, 또 어떤 친구는 유부초밥을 싸왔는데, 김밥도 자신의 것이 가장 맛있었고, 최고 인기는 꼬마 핫도그 였다는 아들 녀석.. 한 친구가 치킨을 사서 싸가지고 왔는데도, 자신의 도시락이 최고 였다며, 자랑이 끝나질 않는다.

 

그러면서 하는 아들 녀석의 한 마디, 씩 웃으며 역시~~ 김밥은 아빠가 싸줘야 제 맛이지~~’ 한다.

 

어제 저녁부터 준비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12일 동안의 노력이 필요 했지만, 아이의 한 마디에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장난스레 아이에게 우혁! 앞으로는 유부초밥이나 주먹밥 도시락 싸줘도 되지?’ 하고 묻자, 동생이 자기 나이가 될 때까지는 똑같이 해줘야 한단다.

 

딸 아이가 지금 아들 녀석 나이가 되어 물어보면, 또 같은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웃어본다.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겠지만, 부모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이들의 좋아하는 모습,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 한 마디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아내는 미안한지, 다음부터는 분식집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 주던지 아니면 간단하게 해 주자고 한다.

 

앞서 말했듯 아내는 종합 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불규칙적인 3교대 근무로 인해 지친 일상에 가정 살림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남편인 나에게 조금 의지하는 편이기는 하다.

 

옛날 엄마들 같으면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를 육아에만 전념하면 되었을 것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를 넘어서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사포,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까지 생겨난 지금 세대에,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으면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현실에, 힘이 들어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아내, 아내가 힘든 것을 알면서도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하는 남편으로서,

 

그나마 살림이라도 내가 많이 도와줘야지 하는 맘으로 보통 남편들보다는 조금 더 피곤하게 살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아내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김밥은 아빠가 싸줘야 제 맛이지~~ 라는 아이의 말을 되새기며, 마음속으로 얘기한다.

 

존경하고 고마우신 우리 어머니!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불혹이 넘긴 아들을 아직까지도 걱정해 주시고, 보살펴 주시니,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반쪽, 숙이랑! 나와 결혼해주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들 낳아주고, 한발 한발 지금까지 같이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고마워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아니 평생토록 부모님들 공경하고, 아이들 보살피며, 행복하게 삽시다.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우혁! 그리고, 사랑하는 딸 서은!

 

건강하게 태어나서, 아직까지 특별히 아픈데 없이 건강하고,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 너무 행복하고, 고맙단다.

 

아빠가 화내고 혼낼 때도 많지만, 그럴땐 아빠도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그럴 때 아빠가 참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는 아빠도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얘기할게. 지금처럼만 자라다오.

 

사랑한다. 아이들아~~

우수상/조재홍 (news8255@hanmail.net)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